유창선 박사.
유창선 박사.
‘1세대 정치평론가’에서 문화평론가로 변신해 온라인 슬롯의 아름다움을 전하던 유창선 박사가 지난 22일 별세했다. 향년 64세.

고인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동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1990년대부터 30년 넘게 신문과 방송, SNS를 넘나들며 ‘1세대 정치평론가’로 활동했다. 한때 현실 정치에 몸을 담은 적이 있는데도,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대변인 역할을 거부하고 균형잡힌 정치 평론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탓에 보수 정권과 진보 정권에서 모두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5년전 받은 뇌종양 진단 이후 고인은 문화온라인 슬롯 평론을 시작했다. 대수술을 받은 뒤 힘겨운 재활 기간 동안 이어폰으로 듣는 쇼팽의 녹턴과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에 위로를 받은 게 계기였다. 퇴원 후에는 편치 않은 몸으로도 치열하게 읽고 보고 쓰며 온라인 슬롯이 주는 위로와 아름다움을 널리 전했다. 음악·미술·공연 등 다양한 문화온라인 슬롯 작품에 대한 생각을 담은 저서 <오십에 처음 만나는 온라인 슬롯을 펴냈고, 한국경제신문 아르떼에 연재하는 ‘유창선의 오십부터 온라인 슬롯’ 칼럼을 비롯해 여러 곳에 칼럼을 쓰는 인기 칼럼니스트였다.

한 달 전 고인은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룸 넥스트 도어’에 관한 칼럼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은 생각보다 아주 가늘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곁에 있다. (중략) 죽음은 언제나 슬픈 것이지만, 그래도 품위 있고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는 좋은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 결국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 얘기가 아니었을까.”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2호실, 발인은 24일 오전 10시 20분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