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오 슬롯 서로 먼저 살겠다고?…"나는 몰랐다"는 '尹 정부' 사람들

파라오 슬롯사령관 박안수 "대통령 발표 보고 알아"
조규홍 "전공의 처단 포고령 발표되고 알아

국회 출입 통제 두고도 경찰 내 '진실 공방'
네티즌들 "죄다 손절?"·"아무도 모르나"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파라오 슬롯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무장한 파라오 슬롯군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파라오 슬롯 사태 이후 불법 여부 등을 놓고 여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 고위 인사들 사이에서 사전에 파라오 슬롯 관련 사안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해명성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에 네티즌들은 "죄다 손절 친다", "아무도 모르면 누가 아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파라오 슬롯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비상파라오 슬롯 선포 경과 및 병력동원 관련 현안질의에 출석,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선호 국방부 차관. / 사진=뉴스1
윤 대통령의 비상파라오 슬롯 선포 직후 파라오 슬롯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파라오 슬롯 사실을 언제 알았냐'는 질의에 "파라오 슬롯 선포를 대통령 발표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박 총장은 이어 "상황을 인지를 못 했다. 제가 명령을 통제하지 않았다"면서 '파라오 슬롯군의 실탄 등 무기 휴대 여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병력 출입 여부' 등에 대한 질문에도 "몰랐다"고 일관했다. 자신의 명의로 발표된 파라오 슬롯 포고령에 대해서도 "누가 만들었는지 정확히 모른다"고 했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차관)도 이날 같은 회의에서 '파라오 슬롯 사실을 언제 알았냐'는 같은 질문을 받고 "언론에 나온 것을 보고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 군부대 투입은 국방부 장관이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파라오 슬롯을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이날 면직됐다.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박민수 2차관이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같은 시간대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비상파라오 슬롯 포고령에 포함된 '전공의 처단' 관련 내용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조 장관은 '포고령 의견을 조 장관이 냈느냐'는 물음에 "포고령이 발표되고 나서 알았다"며 "포고령은 내용을 보고 매우 놀랐고, 그 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도 "내용을 알지 못했다"며 "저를 포함한 용산의 참모들과 분위기가 전혀 공유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비상파라오 슬롯이 선포된 지 1시간 여만에 3일 밤 국회 앞에서 경찰 병력이 의원과 보좌진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윤 대통령의 비상파라오 슬롯 선포 직후 서울 여의도 국회 출입 통제를 누가 지시했는지를 두고도 경찰 조직 내부에서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전체 경력을 관리하는 경찰청과 서울 치안을 담당하는 서울경찰청이 이날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국회 출입 통제 관련 자료에서 입장 차이를 보인 것이다.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경찰청은 '서울청장이 돌발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국회 이동자를 일시 출입 통제 지시했다'고 명시하면서 이 내용을 굵은 글씨 형태로 눈에 띄도록 강조하는 등 서울청이 주도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경찰청장이 서울청장에 국회 주변 안전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은 작게 표시했다.

반면 서울청 자료에는 억울하다는 의도가 드러났다. 직접 현장을 통제했던 서울청은 "국회 안전 확보와 질서 유지를 위해 관리부대를 국회 정문에 재배치했다", "국회 내부로 이동하려는 시위대 등을 일시적으로 차단했다", "의원 관계자 신분 확인 후 출입할 수 있도록 무전으로 지시했다" 등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치안 위주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