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자리 독차지"…33만원짜리 '중국산 슬롯 머신 프로그램' 불티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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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점령한 '중국산 슬롯 머신 프로그램'…60% 관세땐 韓에 기회지난 1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남동부에 있는 월마트 사우스이스턴애비뉴점. 가전제품 코너를 찾았더니 슬롯 머신 프로그램 상자가 담긴 카트를 밀고 가는 사람이 여럿 보였다. 상자에는 예외 없이 TCL 로고가 붙었다. ‘중국 슬롯 머신 프로그램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TCL이 55형 보급형 스마트슬롯 머신 프로그램를 228달러(사진)에 내놓자 구매자가 몰린 것이다. 비슷한 성능의 삼성전자와 LG전자 슬롯 머신 프로그램는 매장 구석에 쌓여 있었다.
228弗짜리 'TLC 55형' 불티
"메인 명당자리 中제품 독차지"
프리미엄선 韓가전 입지 여전
中관세땐 중저가 슬롯 머신 프로그램 탈환 기대
미국 슬롯 머신 프로그램·가전 시장은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 전쟁터다.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세계 각국을 뚫을 수 있어서다. 주도권은 한국이 쥐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6대 생활가전(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오븐) 시장의 1위와 2위는 LG전자(판매액 기준 점유율 21.1%)와 삼성전자(20.9%)였다. 슬롯 머신 프로그램 시장도 삼성과 LG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TCL, 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들이 ‘가성비’를 무기로 세(勢)를 불리고 있어서다. 이날 월마트 매장에서 확인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43형 스마트슬롯 머신 프로그램 가격은 248달러. TCL 슬롯 머신 프로그램보다 작은데도 가격은 8.8% 높다. 월마트 매장 직원 로버트 프리츠는 “골드스폿(명당자리)에는 가장 인기 있고 저렴한 물건을 전시한다”며 “요즘 이 자리는 중국 제품 차지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은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과 맞붙기보다는 인공지능(AI) 가전과 고화질 슬롯 머신 프로그램 등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찾은 미국 최대 가전 유통채널 로우스의 라스베이거스점 세탁·건조기 코너 ‘골드스폿’은 삼성과 LG 차지였다. 중국 제품은 보이지 않았다. 김성택 LG전자 미국법인 생활가전영업실장은 “골드스폿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중국이 휩쓸고 있는 중저가 가전·슬롯 머신 프로그램 시장의 일부를 한국이 되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 부과를 공언해서다. 이렇게 되면 중국산 제품의 미국 수출가격이 올라 현지 생산체제를 갖춘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올해 적극적으로 미국 볼륨존(중간 가격 제품) 시장을 공략해 매출을 늘릴 계획이다.
라스베이거스=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