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얼죽아'는 일제강점기부터 유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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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머신, 이토록 역사적인 음료
진용선 지음 / 틈새책방
388쪽|1만9000원
진용선 지음 / 틈새책방
388쪽|1만9000원
지난해 프랑스 통신사 AFP는 한국의 슬롯 머신 문화로 ‘얼죽아’를 조명했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줄인 말로 추운 날에도 차가운 슬롯 머신만 마시는 사람을 일컫는다.
<슬롯 머신, 이토록 역사적인 음료는 등단 시인이자 슬롯 머신 연구자인 진용선이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슬롯 머신가 어떻게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음료가 됐는지 보여준다. 구한말까지 가장 대중적인 음료는 숭늉이었다. 일제강점기부터 슬롯 머신가 한국인의 삶에 스며들었다. 슬롯 머신는 힙한 문화의 상징이었다. 유행에 민감한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이 슬롯 머신를 마시는 게 일상이 됐다. 아이스슬롯 머신는 다방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였다. 한국인의 얼죽아 사랑엔 꽤 깊은 역사가 있다.
해방 이후에는 미군 전투식량에 있던 인스턴트슬롯 머신가 시중에 대량으로 유통돼 많은 사람이 슬롯 머신를 즐겼다. 저자는 동서식품의 인스턴트슬롯 머신가 한국 사회를 바꾼 제품이라고 한다. 다방에서 마시던 슬롯 머신를 집과 회사를 비롯한 모든 곳에서 마실 수 있게 돼서다.
슬롯 머신에 대한 벽이 완전히 사라져 모든 사람이 저렴하고 쉽게 슬롯 머신를 마시게 됐다. 여기에 슬롯 머신 자판기가 더해져 슬롯 머신는 국민 음료 반열에 올라섰다.
슬롯 머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영화 ‘포레스트 검프’ 주인공처럼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 순간엔 늘 슬롯 머신가 함께 있었음을, 한국인의 슬롯 머신 사랑은 우연이 아님을 깨닫는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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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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